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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 첫 밀양 여행
    기타/여행 2020. 10. 3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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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평생을 대구와 경산에 거주를 하면서, 기차 타고 30분 거리의 밀양을 처음 가본 여행기입니다. 

     

    사실 밀양을 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어디론가 떠나서 조용한 곳에서 산책도 하고, 햇빛도 쬐며 혼란스러운 마음을 잡고 싶은 생각뿐이었습니다. 주변에서 순천을 많이 추천했고, 어떻게 갈 것인지 검색을 해봤습니다. 저같은 뚜벅이게 교통편은 매우 중요합니다.

     

    '경산역 - 삼랑진역(환승) - 순천역' 이렇게 나옵니다. "아니 삼랑진이라는 곳은 어디야? 이런 곳이 있어?" 궁시렁대며 검색을 해보니 밀양이라는 지역의 한 기차역이었습니다. 이렇게 가까이 있는 지역였지만, 왠지 생경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외할머니께서 간혹 가시고는 말씀해주시던 것만 기억에 남는, 어떤 전설 속의 도시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어차피 가고 싶었던 곳도 없었기에, 망설일 이유도 없었습니다. 바로 다음 날 아침 9시20분 기차표를 예매한 후 출발합니다.

     

    밀양역 도착 후 첫 행선지는 '영남루'였습니다. '경상남도 밀양시 내일동에 있는 누각으로 구 객사(舊客舍)의 부속건물이다'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궁금한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왠지 이런 글에는 설명이 들어가길래 넣어봤습니다.

     

    밀양을 가기 전 인터넷 검색에서는 버스의 배차간격이 너무 길어서, 차 없이는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가 저를 미리 겁을 줍니다. 하지만 우리가 막연히 고민하고 겁먹은 일은, 막상 해보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도착한 밀양역에는 대기하는 시내버스가 꽤 많았고, 아무런 힘듦 없이 탈 수 있었습니다. 시작부터 순탄합니다.

     

    영남루에 도착했습니다.

     

    영남루에서 바라본 경치는 끝내줬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가을의 청명한 하늘과 길게 흐르는 강물은 충분히 저를 만족시켜줬습니다. 불어오는 가을바람과 햇볕을 느끼며, 가만히 바라보면 가지고 있던 고민을 잠시 내려놓게 됩니다.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기분이 '없어진다'라는 표현이 좀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이상한 것 압니다. 저만의 표현방식입니다.

     

     

    저기 보이는 절 같은 것이 영남루입니다. 현재 사진은 영남루 가기 전 다리에서 찍었습니다. 

     

    영남루에서 바라본 강

     

    영남루에서 산쪽으로 좀 더 올라가서 본 경치

     

     

    영남루를 한바퀴 돌기 위해 경사를 오르락내리락했더니 금방 배고픕니다. 인터넷 세상에서 한 익명의 네티즌이 추천해준 '홍릉 불고기'라는 곳으로 갑니다. 다행히 걸어서 10분 거리입니다.

     

    아침 10시밖에 되지 않았지만, 관광객에게 식사시간 따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맛있다고 하면 일단 먹어야 합니다. 하지만 말과 다르게 혼자서 고깃집을 아침 10시에 오는 것은 처음입니다. 관광객이라는 철갑 가면을 착용했지만, 민망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복면가왕 무대에 오르는 가수들의 심정이 이럴까 싶습니다.

     

    "죄송한데... 1명도 괜찮을까요?", "됩니다~ 대신 2인분 하셔야 합니다~" 혼자서 여행 다니면 가장 불편한 점입니다. 식당 가면 항상 2인분을 주문해야 합니다. 물론 혼자서 돈을 다 내야 하기에 불편한 것이지, 다 못 먹겠다는 말은 아닙니다. 고기 2인분은 가뿐합니다.

     

    주방에서 주인 할아버지의 말씀이 들려옵니다. "배고프다는데 어쩌겠어. 줘야지" 

     

    8천 원짜리 대파돼지불고기 2인분과 1천 원짜리 밥, 1천 원짜리 된장찌개가 나옵니다. 사실 날이 좀 더워서 된장찌개는 먹고 싶지 않았지만, 주문을 받으시면서 "불고기 2인분, 밥 1개, 된장찌개 1개 하면 되겠네"라고 하시는 말씀에 그냥 "예" 했습니다. 졸지에 약 2만 원어치 한 끼를 먹게 됐습니다. 

     

    음식은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대패삼겹살 + 불고기 소스 + 대파의 조합입니다. 단순한 그 달달한 맛이 밥을 계속 당기게 합니다. 곰곰이 다시 생각해보면 롯데리아 불고기버거 소스 맛과 유사합니다. 사실 다시 가고 싶은 맛은 아니지만, 어쨌든 싹 비웠습니다. 배가 고팠는지, 아니면 그냥 그때는 맛있게 느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반찬으로 나온 묵은지가 정말 맛있었습니다. 제대로 익혀서, 신맛이 강하게 나는 김치였습니다. 김치찌개나 김치찜 전문점을 하시면 대박날 것 같습니다.

     

     

    김치 맛집

     


    밥 먹고 '해바라기 꽃단지'를 가기 위해서 버스를 기다립니다.
     카카오맵이 온다던 버스는 오지 않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려도 오지 않습니다.. 기다리며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구경하느라 슬슬 데이터도 부족한데 버스는 오지 않습니다.. 인터넷에서 저를 겁줬던 그 말이 떠오릅니다. "버스는 오지 않습니다..."

     

    일단 뭐 걸어가 봅니다. 한 30분 걸었지만, 기다리던 버스는 지나가지 않습니다. 사실 이쯤 되면 카카오 맵에만 존재하는 전설의 버스가 아닐까 의심해봅니다. 이렇게 걸었는데 단 1대도 지나가지 않는다고? 말이 되나? 한참을 생각합니다.

     

    결국 밀양에서 첫 카카오 택시를 부릅니다. 여기서 '첫'이라는 말을 하는 것은 분명 두 번째, 세 번째도 있다는 말 일 것입니다. 

     

    택시를 타고 내린 곳은 정말 "???" 물음표 3개였습니다. 웬 사회인 야구장과 모래밭만 있습니다. 내려주는 기사님과 함께 당황합니다. "여기에 해바라기가 있고, 강이 흐른다고?"

     

    뭐 일단 내립니다. 3분쯤 걸어가니 슬슬 해바라기와 다양한 꽃들이 보입니다. 사실 꽃 이름은 하나도 모르지만 일단 이뻐서 기분이 좋습니다. 그리고 옆쪽에는 아주 큰 강과 강을 따라서 작은 마을이 보입니다. 예전에 일본 오사카의 한 시골마을에 갔을 때 강을 보고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왜 한국에는 이런 게 없을까 불평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착각이었습니다. 몰랐던 것뿐입니다. 

     

    사실 해바라기나 꽃들이 아주 많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강과 풍경이 합쳐져서 장관을 만들어 내고 있었습니다.

     

     

    해바라기 꽃단지
    해바라기 꽃단지
    엄청 큰 소나무
    해바라기 꽃단지

     

     

    야외에서 뜨거운 햇빛에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니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슬슬 당도 떨어지고, 목도 마릅니다. 똑같이 인터넷의 한 익명의 네티즌이 추천해준 한옥카페를 찾아갑니다. 사실 요즘 한옥카페가 유행을 타고 우후죽순 생기고 있어, 큰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다행히 이번에는 택시로 기본요금 거리입니다. 행복합니다. 사실 어떠한 계기로 인생에 있어 최대한 운전을 안 하고 싶지만, 여행을 갈 때마다 면허를 따야 하나 고민하게 됩니다. 

     

    도착한 곳은 '1919 봄'입니다. 미리 말씀드립니다. 셀카 말고는 사진이 하나도 없습니다. 카페에서 돌아다니며 사진 찍고 싶지도 않았고, 일단 피곤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본 한옥카페 중 단연 최고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정말 한옥이었습니다. 특히 야외의 자리를 정말 아름답게 잘해두셨습니다. 추천합니다.

     

    왠지 이런 곳에서는 커피보다는 직접 만든 매실음료를 마셔보고 싶어서 주문했습니다. 역시 맛있습니다. 야외에서 따뜻한 햇빛과 함께 매실음료를 마시고 나니, 그대로 누워서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때만큼은 LA의 Venice Beach에서 마신 맥주보다 더 맛있습니다.

     

    마지막 행선지 위양루로 향합니다. 

     

    역시 택시를 탑니다.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다음에도 여행을 한다면 면허 따고 여행을 한다고요. 택시비만 하루에 3만 원 쓴 듯합니다. 

     

    위양지는 좋으면서, 실망했습니다.

     

    분명 위양지, 못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한 바퀴 돌 수 있는 산책로도 있고, 꽤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못에 비친 작은 건축물과 나무들이 아름다웠습니다. 단풍과 이팝나무들이 제대로 물들었을 때 오면 더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너무너무 시끄러웠습니다. 입구부터 관광지 특유의 장사하시는 분들과 노래 부르고, 소리 지르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알려진 관광지에 가려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좀 심했습니다. 만약 평일에 간다면 단연코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때는 조용할 테니까요.

     

     

    위양지
    위양지

     

     

    천천히 위양지를 한 바퀴 둘러본 후 역시 택시를 타고 밀양역으로 돌아갑니다. 카카오택시 VIP 입니다.

     

    돌아가는 택시에서 기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다음에는 '얼음골'을 꼭 가보라고 하십니다. 케이블카를 타면 높은 곳에서 경치를 보기 좋고, 여름에는 시원해서 고드름이 얼고, 겨울에는 따뜻한 신기한 장소가 있다고 합니다. 엄청 당기지만, 피곤해서 다음을 기약합니다.

     

    돌아가는 기차표를 예매하고 1시간의 시간이 남습니다. 간단하게 먹을 게 없나 싶어서 둘러보니, 밀면집이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태어나서 밀면을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도전해봅니다.

     

    비빔밀면을 시킵니다. 보기에는 냉면이랑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조금 다른 점은 잘 숙성된 회가 올라가 있고, 면이 냉면보다는 좀 더 쉽게 끊어집니다. 잔치국수와 냉면의 사이쯤의 식감입니다. 한 입 먹는 순간 고소한 양념과 참기름의 향이 올라오면서 만족스럽습니다. 회는 꼬들꼬들합니다. 

     

    계산을 하려니 '소액은 현금결제 부탁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보입니다. 가지고 온 현금을 다 쓴 나머지, 계좌이체를 부랴부랴 합니다. 사실 5천5백 원 밀면 먹고, 카드를 내밀기도 조금 민망하긴 합니다. 

     

     

     

     

    어쨌든 마지막 음식까지 잘 먹고 경산역행 기차에 올라탑니다.

     

    전체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차가 없어서 힘들었지만, 비싸지 않은 가격의 택시로 여행이 가능했습니다. 또한 날씨, 사람, 경치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습니다. 나이를 먹어서인지 체력이 떨어져... 오래 여행을 할 수는 없지만, 이런 날씨라면 하루 종일 여행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역시. 여행은 기대가 없어야 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기대와 꿈이 너무 크다면,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칠 수도 있고, 결과에 대해서 실망할 수 도 있습니다. 기대 없이 도착했던 밀양에서 그저 당시의 햇빛을 즐겼던 것처럼, 오늘의 일에 최선을 다 하고 즐긴다면, 결과적으로는 좋은 삶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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